<aside> 📜 학교인권 보장을 위한 대구 공동대응 공동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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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다음 행보를 고민합시다.
지난 21일, 이른바 ‘교권보호 4법’으로 불리는 교원지위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기본법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악성 민원 포함 ▲교육활동 침해 학생의 즉시 분리 ▲교육활동 침해 관련 조사 시 교육감의 의견제출 의무화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교원의 직위해제 금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행위로 보지 않도록 규정 ▲민원 처리 업무 책임자를 학교(유치원)장으로 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수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목소리 내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서이초에서 한 분의 선생님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 이후, 교사를 죽음에 몰아넣는 지금의 학교 시스템을 더 이상은 방치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교사의 생존권을 절박하게 요구하였습니다. 그동안 민원에 교사가 상처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이를 모른 척하거나 오히려 교사를 압박하는 교육당국의 모습에 얼마나 절망했는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수많은 교사들이 증언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요구에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교사들의 죽음 속에서도 책임을 질 생각은 없이, 그저 회피하며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하는 교육청과 학교의 모습이 판박이처럼 되풀이되는 지금의 상황은 분명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정안의 통과는 어느 정도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교육감과 학교(유치원)장의 책임을 명확하게 명시하는 법안, 피해를 입은 교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했습니다. 많은 교사들의 요구안이 교사들의 행동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니만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이후의 행보 또한 지지하며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온전하게 환영의 입장을 취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유는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이 갖는 위험성 때문입니다. 단순히 어느 정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로 갈무리할 수 있다면 온전히 지지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의 개정안은 그 이상으로 위험한 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행위로 보지 않도록 규정’하는 부분입니다. ‘정당한’이라는 용어의 모호함 속에,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차별이나 인권 침해가 아동학대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우리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는 그저 기우가 아닙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고시에서도 위험성은 잘 드러납니다. 반성문 작성, 소지품 검사, 휴대폰 압수. 9월 1일부터 시행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서 정당한 생활지도행위로 들고 있는 예시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헌법재판소에서까지 인권 침해 행위라고 판단한 행위들이 ‘정당한 생활지도’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후 교육부나 각 지역교육청, 학교에서 어떤 행위를 ‘정당한 생활지도행위’에 추가시킬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들의 무수한 노력으로 교내 학생인권이 점차 나아지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학생인권이 온전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당장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쿨미투가 불과 5년 전 일이며, 이마저도 대부분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정당함’을 방패삼아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과연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또한 ‘정당한 생활지도행위’ 조항은 교사들의 ‘교권’ 보장과도 큰 연관성이 없습니다. 지금껏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침해행위라 지적해왔던 수많은 행위들의 대부분이 학교의 교칙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특정 교사의 독단적인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인권침해로 판단 내려진 후, 혹은 판단이 내려지는 동안 학교가 행위를 했던 교사들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학교가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넘어간 경우가 있지는 않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정당한 행위’로 명시하더라도 해당 행위가 인권침해로 판명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하며, 그때 교사를 보호할 시스템이 정말로 있기는 한지 우려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정당한 생활지도행위’ 조항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교사와 학부모·학생을 서로 적대시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은 잘 알려진 대로 교육의 3주체입니다. 서로가 협력하고 함께 토론하며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교육을 만드는 주체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사와 학부모·학생은 끊임없이 반목하는 상대로만 그려져 왔습니다. 서로를 악성 민원을 넣는 진상 혹은 학생을 학대하는 악질 교사로만 여기는 과정에서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은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교육 현장에 사법적 처벌만 난무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적 숙의가 사라진 학교 현장에서 각자의 요구를 나누기 위한 방안이란 사법 절차 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법적 절차에서의 예외 조항 추가 정도로 교사의 ‘교권’은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예외 조항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더 심각한 법적 논쟁에 휘둘리는 상황이 발생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교사들의 공분만 급하게 달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의심은 교육부가 보이는 행보를 보면 더 커집니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이번 개정안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입니다. 이 걸음이 유의미해지려면 무엇보다 개정안의 취지를 살리는 정책이 집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예산이 편성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교사들의 대표적인 요구가 과중한 업무 부담의 해소입니다. 업무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교사를 더 늘려야 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합니다. 당연히 이를 위한 예산이 안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의 행보는 정반대입니다. 말로는 교권 보장을 말하지만, 막상 교사들의 교권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정책을 중단하고 축소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정당한 생활지도행위’에 아무리 이런저런 조항을 추가하더라도, 지역 교육계에서 예산 삭감으로 기본적인 유·초·중등 교육 진행조차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는 상황에서는 학교 현장은 결코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요구합니다. 공교육을 제대로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위험한 생색내기 법안을 넘어선, 훨씬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학교를 위한 사회적 공론장이 필요합니다. 사법 절차만 난무하게 된 학교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에 예외 조항을 몇 개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왜 학교 현장이 이 모양이 되었는지 검토하고 교육적 해법은 무엇인지, 교육의 원칙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개정안 이후 학교가 어떻게 바뀌는지, 어떤 면이 문제였는지를 확인하고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예산 또한 필요합니다. 교사들의 노동권이 온전하게 보장되고, 학생들의 수업권이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학교를 위해 지금 시급한 것은 시스템 구축 정책이고, 이를 집행기획하기 위한 예산입니다. 그렇기에 말로는 교권 보장을 위한다지만, 막상 정책에서는 모든 예산을 삭감해버리는 교육부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모든 교육 주체들에게 호소합니다. 고민이 있을지언정,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의 첫걸음이 얼마 못 가 다시 멈추지 않도록, 목소리를 멈추지 맙시다. 함께 말하고 함께 행동합시다. 교육 현장이 정말로 변화할 때까지, 제대로 된 ‘공교육 정상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
2023.09.26.
학교인권 보장을 위한 대구 공동대응
: 어린보라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 대구인권단체연석회의(기독교교회협의회대구인권위원회 인권실천시민행동 인권운동연대 한국인권행동), 전교조 대구지부,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