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돌아가신 서이초 선생님을 추모합니다. 선생님의 죽음 후에야 비로소 교육현장의 문제점이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고, 원통합니다. 우리가 조금 더 빨리, 많은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싶기도 해서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나마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최근 언론에도 많이 제보가 되었지요. 주호민 작가가 자폐 장애인인 아들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작가의 자녀는 동급생 앞에서 신체를 노출하는 등 돌발행동을 해 통합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됐는데, 분리 이후 특수 학급의 교사가 교육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느껴 신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건이 알려지고 많은 말이 오갔습니다. "교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고발당하지 않을 수 있느냐" "자폐아라고 성희롱이 정당화되느냐"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자폐 장애인 가족으로서 몸이 벌벌 떨린다. 교사의 태도가 너무나 수치스럽다" "나 같아도 이건 신고한다. 특수교사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같은 반응까지 대립되는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히기만 합니다. 장애혐오와 특수교사의 노동 환경, 학교 시스템의 상황 등 어려운 문제들이 맞물리는 와중에도 이야기는 갈피를 못 잡고 맴돌고, 그 사이에서 언론은 혐오 장사를 하며 돈을 법니다.

저 역시 이 맥락을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호민 작가의 이 말만큼은 주목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경찰 신고보다는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육청 및 학교에 문의해본 결과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교사를 교체하는 것은 어려우며,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만 조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는 말이었습니다. 좀 참담했습니다. 학교, 교육청 모두 교사와 학생 어느 쪽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저 고소하라는 식으로만 안내하는 것을 보며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없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스템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그 속의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나요? 내부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며 살라고 대놓고 부추기는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운영이 이렇다면,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알고, 고치고 있나요? 지금의 정치권은 과연 이런 고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솔직히 말해서, 교육부도 여당도 대통령도 아무 고민 없다고 느낍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보장 정책을 보면 명확합니다. 학생인권조례를 일부 교육청에서 무리하게 제정하면서 교권이 추락했다. 그러니 이를 정비하겠다고 합니다. 10년 전부터 보수 세력이 되풀이하던 낡은 주장을, 팩트체크도 없이 내뱉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이후 교권 침해 사례가 어떻게 늘었는지, 학생인권조례가 어떻게 남용되는지 조사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교권 침해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말하나요. 여전히 학생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2023년에, 학생인권을 더 강화하자는 얘기 대신 이런 주장이 정부로부터 나온다니 부끄럽습니다.

그렇다고 교권을 정말로 잘 보장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아닙니다. 학생인권조례 정비 이외의 정책이 뭔지 아시나요? 학부모 교육과 저경력 교원 연수 시행이라고 합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내놓은 대책이, 연수와 교육입니다. 심지어 학부모 교육은 교사들이 해야 한답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재정 마련? 당연히 없습니다. 이걸로 정말, 교권 보장 가능한가요? 학생인권조례 정비만 말하면 교권 보장 끝입니까?

막막합니다. 한 분의 선생님이 최소한의 노동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해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모두가 절망하고, 애통해하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조차 우리는 각자에게 칼을 들이대며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왜 약자들끼리 싸우냐고,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조금 멋쩍습니다. 다들 너무 지쳐버렸고, 너무 많이 좌절했음을 아니까요. 세월호의, 강남역의, 구의역의, 신당역의, 그리고 이태원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으니까요. 각자 서로를 원망하는 것조차 없으면, 더 버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이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함께 말하자, 함께 살아가자고 이야기합니다. 함께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각자 잊혀져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리고 바로 여기 서있는 제가, 살아남으려면 함께 말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제발 살아남고 싶다고 함께 말합시다. 다시 한 번만, 함께 말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