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페미니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SNS 정도가 고작이며, 최근에는 그런 공간에서조차 청소년 페미니즘 이슈가 이야기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구 지역의 청소년 페미니스트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혼자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동료들을 만나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청소년 페미니즘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청소년 페미니즘 의제를 주제로 한 수다, 영화보기, 글쓰기, 책 읽기 등 다양한 소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스쿨미투 청소년연대 in 대구’로 시작해서 ‘어린보라: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로 전환하며 활동한 6년 동안, 청소년 페미니즘과 관련한 수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니만큼, 우리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대구 지역에서 목소리를 내어 더 많은 사람에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가 원하는 해결책을 널리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단체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스쿨미투, 대구 지역 최초로 제보를 받았던 청소년 쉼터 인권 침해 문제, 수많은 청소년들이 피해를 입었던 N번방 등 다양한 의제에 개입하며 활동하였습니다.
청소년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단체라고 해서, 반드시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청소년 의제에서는 많은 경우 비청소년들이 중심이자 전문가로 활동하고는 합니다. 당사자와 전문가가 분리되어 활동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경향성을 고민하며 청소년 당사자가 청소년 의제의 전문가로서도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구 지역의 대표적인 청소년 페미니즘 당사자 단체인 동시에 전문가 단체로 자리매김하고자 했습니다. 논평, 카드뉴스 등 다양한 컨텐츠를 발행하였으며, 강연과 발제 등 다양한 자리에서 우리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알렸습니다.
의제의 교차를 주요한 키워드로 삼아 활동하는 단체로서, 우리는 대구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만나 각자의 고민을 나누며 우리의 담론을 확장하고자 하였습니다. ‘여차저차 교차성’ 활동을 통한 장애운동 단체와의 만남이 대표적입니다.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구416연대 등 지역의 다양한 연대체에도 가입하여 활동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대구기본소득당과의 공동영화보기 모임 진행, 대구여성광장 활동가분을 모시고 진행한 섹슈얼리티 모임 등 꾸준히 교류를 이어왔습니다.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부족합니다. 학교 마치고 학원, 학원 마치고 집이 일상인 현실 때문에 활동에 참여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나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야간자율학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대구에서는 청소년의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더더욱 부족했습니다.
공익단체/모임의 성장을 위한 지속적 지원체계 또한 대구에는 부족합니다. 거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상황이 활동 시기를 관통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사회적 여건 속에서도, 우리는 오랜 시간 대구 지역에서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로 존재해 왔습니다. 전업 활동가 없이 몇 명의 운영위원들이 마음을 모아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소모임이었지만, 그럼에도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한다고 느끼는 활동을 꾸준히 만들어갔습니다.